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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북] 나쁘지 않은 아빠

강아지 키우기

난 동물을 싫어한다. 동물은 TV 다큐멘터리 같은 걸로 보는 것만 좋아한다. 동물원도 다리 아파서 싫어한다. 동물원은 다들 왜 그리 넓은지. 특히나 동물과 같이 산다는 건 가축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집안에서 동물과 같이 사는 건 상상조차 해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집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것도 아파트 집안에서.

한 2년 전에, 그러니깐 아들 녀석이 4학년 때에, 우리 집에 강아지 한 마리가 불현듯 들어와 버렸다. 아이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반려동물이 좋다는 이야기를 그냥 흘려 보낼 수 없었다. 좋다는 건 알겠지만 아파트에 살다 보니 강아지를 키우자는 말에 찬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동안 미뤄 두고 있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동물과 사람 간에도 인연이란 것이 있나 보다. 돈을 주고 사는 것보다 나을 것 같아, 아내가 아는 분에게 강아지 한 마리를 얻기로 했다. 데리러 가기만 하면 됐는데, 솔직히 그 때까지도 내키지 않아 좀 미뤄두고 있었다. 미루고 있던 와중에, 그 분께서 근처 볼일이 있다고 하시며, 어느 날 저녁 쯤에 그냥 훅 데려와 버렸다. 아니 괜찮다고 직접 데리러 가겠다고 사양할 틈도 없이 그냥 와 버렸다. 간단한 설명과 요령이 적힌 종이를 주시고는, 차 한잔 간단하게 하고 별일 없다는 듯 가셨다.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주먹 만한 강아지. 어미는 황금색 털이라던데 이 녀석은 검은 털이었다. 어려서 그렇단다. 나중에 크면 털 색깔이 더 좋아진다고 했다. 다 자라도 몸집이 작은 종인데,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얼마나 작고 안쓰러워 겠는 가 말이다.  전에는 강아지를 만지면 근육과 뼈가 느껴지는 촉감이 너무 싫었는데, 이 녀석은 너무 작아서 인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똥과 오줌은 당연히 질색이었는 데, 이 녀석은 뭘 먹었는지 그리 더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신생아처럼 말이다. 작은 생명이 하나 집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 생명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아들 녀석이 이름을 지어 주었다. 며칠을 고민하더니 ‘맑음이’라고 지어 주었다. 아마도 일기를 쓰다가 생각났던 모양이다. 어떻게 지었던 지, 다들 좋아라 했고, 지금은 맑음이도 우리 식구가 되어 있다. 요즘은 똥도 오줌도 엄청 싼다. 다행히 똑똑한 놈이라 화장실에 해서 다행이지만 어릴 때의 그런 냄새가 아니다. 이 녀석에게도 나쁘지 않은 아빠가 되어야 하니, 사료는 잘 챙겨주고 있다.

출처 : http://bomb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