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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나쁘지 않은 아빠

수영은 할 줄 알아야지

by 사용자 bs1 2019.09.17

아빠가 되는 준비라는 것이 따로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무어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았다. 낳기만 하면 알아서 잘 큰다고 하는 무심한 사람들도 많지만, 어렵게 얻은 아이라 그래도 최소한의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딱히 좋은 생각이 들지 않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내가 어렸을 때 한 장면이 떠올랐다.

자갈이 언덕처럼 쌓여 있는 곳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좋은 놀이터라는 것이 흔하지 않다 보니, 좀 위험한 곳에서도 곧잘 놀곤 했었다. 아니나 다를 까, 그 자갈 언덕 아래로는 빗물이 고여 얕은 웅덩이가 되어 있었다.  자갈언덕을 올라 아래로 달려 미끄러지듯이 멈추는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한번은 그 속도에 밀려 멈추질 못하고 그만 그 웅덩이에 빠져 버렸다. 얕은 웅덩이라 금세 일어 날 수 있었지만, 엎어진 터라 물을 엄청 먹어 버렸다. 어리고 수영을 못했던 나로써는 폐로 물이 들어가는 듯한 고통과 순식간에 물속에 잠겨버리는 것은 공포가 되어 버렸다.

꼭 그 일 때문인지, 항상 물을 조심하라는 엄마의 걱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나이가 먹도록 수영을 배울 생각을 못했고, 그래서 물놀이도 쉽게 가질 못했다. 설령 물놀이를 가더라도 그냥 발을 담그는 정도로 했던 것 같다. 어른이 돼서도 구명조끼를 입고서도 발이 닿지 않는 물에 들어가는 것은 항상 꺼리게 되었다.

태어날 아이에게는 꼭 수영을 가르쳐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나친 걱정이겠지만, 아빠가 수영을 못하는데 아이와 함께 물에 빠지면, 아이를 구하기 커녕, 나 때문에 아이가 더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물에 떠서 구조를 기다릴 정도는 돼야 겠구나 생각했다.

아이가 배속 5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학생이나 20년 젊은 친구들과 함께 수영을 배우는 것은 꽤나 창피했다. 괜스레 이 나이 먹도록 뭐 했나 하는 자격지심이 들기도 했다. 수영을 곧잘 하는 다른 사람들 옆에서 음파음파와 발차기를 하자니 언제 저렇게 하려나 하는 조급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 보면,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그 창피함과 조급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유형으로 물에 조금 뜨는 수준이지만, 아들과 함께 수영할 수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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