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토종 담수어중 황쏘가리 만큼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상을 지닌 어종이 또 있을까? 그 우아하고 귀족적인 모양새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입이 벌어지게 한다. 이 물고기의 눈부신 황금빛은 여느 열대어나 금붕어, 비단잉어들조차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그들의 황색은 어딘지 모르게 사람의 손이 간듯한 인공적인 색상인데 반해 황쏘가리의 체색은 그야말로 최상의 자연미가 어우러져 금빛 찬란하다. 어쩌면 황쏘가리라는 이름보다는 황금쏘가리라고 불러주어야 그 가치와 품격에 더욱 어울리리라.
황쏘가리는 이름은 다르지만 검은 얼룩무늬를 가진 농어과의 보통 쏘가리와 완전히 동일한 어종이다. 몸의 형태도 쏘가리와 거의 같다. 주둥이가 뾰족하며 전체적으로 길쭉하고 옆으로 납짝하다. 꼬리지느러미는 끝이 부채처럼 둥글고 주로 작은 물고기와 갑각류 등을 먹고 사는 육식성 어종이다.
돌과 자갈이 어우러진 큰 강의 중상류에 서식하는 황쏘가리는 성어(成魚)의 경우 길이가 20 ~ 30cm에 이른다. 때때로 40cm 이상의 큰 개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치어에서는 황쏘가리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으로 미루어 보아 자라면서 색과 무늬가 없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쏘가리는 일반적으로 여느 쏘가리와 종(種)이 다른 물고기로 알려져 있으나 이는 잘못 알려진 것으로 국내 학자들은 황쏘가리를 쏘가리와 동종으로 보고 있다.
학자들이 이들을 같은 어종으로 보는 까닭은 황쏘가리의 출현 이유를 색소 돌연변이 즉, 「알비노 현상」(예를들어 흰쥐와 같이 색소가 없어져 온몸이 하얗게 되는 현상으로 이 경우 온몸 또는 신체의 일부가 빨갛게 보이는 것은 체내의 적혈구(피) 때문임)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며 특히 학자들은 일반 쏘가리가 지니고 있는 멜라닌 색소의 50% 이상을 잃었을 때 황금색의 황쏘가리가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쏘가리의 지느러미에 나타나는 검은 깨 반점과 몸통에 널리 퍼져 있는 흑갈색 모자이크형 반점들이 색소 부족으로 없어진 돌연변이 개체가 황쏘가리인 셈이다.
황쏘가리 중에서도 한강과 한탄강 상류에서 발견되는 개체는 체색이 모두 황금색인데 비해 중류 지역 이하에서는 황금색 바탕에 희끗희끗한 얼룩무늬가 다소 섞인 큰 개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황쏘가리를 색소결핍증에 걸린 돌연변이 개체라고 했지만 그 색상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황쏘가리의 몸색깔은 국내 토종 담수어 중 가장 화려한, 순도 99% 이상의 천연 황금빛을 자랑한다. 이런 고운 색상과 희귀성 때문에 황쏘가리는 보통 쏘가리와 비교할 수 없는 대우를 받는다. 쏘가리가 계류 낚시로, 매운탕 감으로 개체수가 격감될 때 황쏘가리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법으로 보호받으며 민물 속의 왕자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황쏘가리도 부모, 형제, 자식은 몇몇 개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 쏘가리이다. 따라서 천연기념물인 황쏘가리의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황쏘가리를 낳는 일반 쏘가리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한강에서만 서식하는 학술적으로 매우 귀중한 내수면 어류일 뿐만 아니라 몸색깔이 빼어나 관상어로도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황쏘가리는 수온이 20℃이하로 내려가도 잘 죽지 않아 사육하기 쉽다. 지금은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남획 때문에 찾아보기 힘들만큼 멸종위기에 처해 있으나, 청평 내수면연구소에서 인공부화가 성공하여 황쏘가리 새끼를 사육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야생이나 인공수정에 성공한 황쏘가리는 모두 암컷이라는 생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 현상에 대한 규명은 숙제로 남아있다.
◦ ※천연기념물
현재 황쏘가리는 지난 1967년 7월 11일 천연기념물 190호로 지정,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채취 및 포획이 금지된 어종이다.
서식지는 내린천뿐만 아니고 우리나라 거의 모든 하천에 분포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으나 특히 , 소양강줄기(내린천), 팔당, 광나루, 청평천, 남한강 상류의 한강일대와 임진강 수역이 지금까지의 중요한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